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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시 한편의 여유

by 맑은생각 2025. 3. 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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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에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사이에 햇볕과 별빛과 빗방울과 분분한 벗꽃이 날렸다.
현란한 탱고 같았다.
음악이 내 몸에 닿자 내 뼈와 혈관과 심장이 녹아내려 당신에게 흘러갔다.
가을 부근에서 뉴턴의 사과가 낙하했고 세상의 중심을 향해 굴러갔다.
지구에 붉은 그리움 하나가 출현했고, 그 운명을 할해 우주가 비상 출격했다.
당신이 흔들렸다.

림태주 [관계의 물리학] 중에서...


사랑의 물리학

영국의 한 광고회사에서 큰 상을 내걸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올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퀴즈를 내었습니다.
워낙 상품이 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응모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제일 빠르다. 아니 그보다더 빠른 것은 기차를 타고 오다 어느 시점에서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이다. 아니 새벽에 승용차를 이런저런 지름길로 몰고 오면 더 빠르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제로 시간을 재어보고, 서로 자기네 방법이 제일 빠른 방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상을 탄 사람의 답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먼길이라도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는 것.
그것이 사랑의 거리 계산법입니다.

미국의 오마하라는 도시에는 '보이스 타운'이라는 유명한 고아원이 있습니다.
그 입구에는 커다란 동상이 있는데, 한 소년이 조금 작은 다른 소년을 업고 있는 모습의 동상입니다.
꽤 오래 전의 일화입니다. 한 소년이 자기 동생을 업고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신부님이 소년을 보고 "얘야, 무겁지 않니? 내려 놓으려무나."라고 하자, 그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무겁지 않아요. 얘는 내 동생이니까요."
물리적으로 계산한다면, 동생이라고 해서 무게가 달라질리 없고 무겁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소년으로 하여금 동생이 무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입니다.
이 말에 크게 감동을 받은 신부가 이 말을 '보이스 타운'의 정신으로 삼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리 무거워도 메고 다녀도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무게 계산법입니다.

그러면 사람의 부피 계산법은 무엇일까요?
욕심이 너무 많은 우리들은 항상 크고 큰 사랑을 원합니다.
왜 나는 요렇게 작은 사랑을 주시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큰 사랑을 주시느냐고 하느님께 투정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차지하는 사랑을 크게 만들까 궁리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에서 세례자 요한은 우리에게 그 답을 말씀해 주십니다.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한 벌을 없는 사람에게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이 남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
이냐시오 성인은 사랑은 행(行), 행(行)은 나눔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누면 나눌수록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그것이 사랑의 부피 계산법입니다.
그것이 쭉정이가 아니고 하느님께서 반기시는 알곡이 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종종 주님께서 오병이어이 기적의 힘을 아드님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셨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천리길을 눈 깜짝할 새 오고, 억만근을 깃털처럼 들고, 아무리 작은 것도 나누어서 크게 만들 수 있는 힘 - 사랑의 물리학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서울주보 [이삭] 2000년 12월 17일 대림 제3주일
장영희 마리아

 


시와 에세이의 주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물리학이 제목으로 들어간 글들이다.
뉴턴의 사과, 진자운동이 시에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니...
시를 좋아했던 공대생의 감성을 제대로 취향저격하는 글들이다.

맑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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