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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시 한편의 여유

by 맑은생각 2025. 2. 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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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라나면서 서는 법,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이미 우리 자신에게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랑은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뿌리라고 한다.
천체가 서로 끌어당기고 기울어지면서
영원한 중력의 법칙에 의해 모이고 흩어지듯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영혼들 역시
서로 끌어당기고 쏠리면서
영원한 사랑의 법칙에 의해 맺어지거나 헤어지는 것이다.
마치 햇빛이 없으면 한 송이의 꽃도 피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Max Müller의 [독일인의 사랑 (Deutche Liebe)] '두번째 회상' 중에서

 


중학교 때 누군가에게 '독일인의 사랑'이란 책을 소개 받았다.
그 때는 편지를 참 많이 쓰던 때였는데 이 책을 연애편지에 많이 인용한다는 말을 듣고
서점에서 책을 샀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었던 책을 대학생 때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읽었다.
그리고 책에 밑줄을 그어 가면서 읽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혜민이를 태평서적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 동안 책들을 둘러보다가
예쁜 삽화가 그려진 이 책을 다시 발견하였다.
무심결에 손이 가서 펼쳐본 이 책의 맨 앞 표지에 위의 구절이 쓰여있었다.
너무 마음에 와 닿고 종은 구절이다 생각해서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어정쩡한 자세로 받아 적었다.
내가 두번이나 읽었던 이 책에 이런 멋진 말이 있었다니...
나는 책을 집에 돌아가서 다시 뒤적였다.
몇장 넘기지 않아서 나는 밑줄이 그어진 위의 구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에 책을 읽을 때도 마음에 들어서 밑줄을 그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향수와 콘트라 베이스를 쓴 소설가 쥐스킨트도 나랑 비슷하다고 그의 소설의
머릿말에 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해 본다.
나는 시를 무척 좋아하지만 막상 암송하는 시는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서
억지로 외웠던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시랑 시조 밖에는 없다.
머리가 나쁘거나 암기력이 남보다 둔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시는 틀리지 않고 잘 외우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행복하다.
전에 읽고 감동해서 밑줄 그어 놓았던 구절을 외우지는 못하고 새까맣게 
잊어버리지만 다시 읽었을 때 처음의 그 감동을 다시 받을 수 있으니까.
나에게 이런 감성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는 외우지는 못해도 여전히 시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더 시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맑은생각

 


문득 이 글의 원문이 궁금해져서 찾아 보았습니다.

Wir lernen stehen und gehen, und sprechen und lesen; aber Liebe lehrt uns niemand.
Die gehört uns wie das Leben, ja, man sagt, sie sei der tiefste Grund unsers Daseins.
Wie die Himmelskörper sich anziehen und zueinander neigen,
und von dem ewigen Gesetze der Schwerkraft zusammengehalten werden,
so neigen sich auch die Himmelsseelen  zueinander, und ziehen sich an,
und werden zusammengehalten von dem ewigen Gesetz der Liebe.

Eine Blume kann nicht blühen ohne Sonnenschein,
und ein Mensch kann nicht leben ohne Liebe.

Claude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서는 법과 걷는 법, 말하는 법과 읽는 법을 배우지만, 사랑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사랑은 생명처럼 우리의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근원이라고 말합니다.
천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서로에게 기울며, 영원한 중력의 법칙으로 함께 붙어있는 것처럼,
천상의 영혼들도 서로에게 기울고 끌어당기며, 영원한 사랑의 법칙으로 함께 붙어있습니다.
꽃이 햇빛 없이는 피어날 수 없듯이, 인간도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Claude에게 시적으로 번역해 달라고 다시 요청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서고 걷는 법을, 말하고 읽는 법을 배우지만
사랑을 가르쳐주는 이는 없네.
사랑은 생명처럼 우리의 것이요,
그것이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근원이라 하네.

천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서로에게 기울며
영원한 중력의 법칙으로 하나 되듯
천상의 영혼들도 서로에게 기울고 이끌리어
영원한 사랑의 법칙으로 하나 되네.

꽃은 햇살 없이 피어날 수 없고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없으면 소용이 없고,
심오한 진리 깨달은 자도 울리는 징과 같네.
사랑없이는 소용이 없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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