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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우화

시 한편의 여유

by 맑은생각 2025. 2. 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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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우화

이정하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산의 사랑은 가랑비이었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산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때의 폭풍이야 비켜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우리는 누구나 소나기같은, 폭풍같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있는지 모릅니다.
한 때 굵고 무거운 빗줄기를 뿌리지만 금방 그치고 마는 소나기 같은,
너무나 세차 모두 비켜가고 숨는 폭풍같은 사랑보다는
비를 맞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젖게되는 가랑비처럼
이마의 땀방울을 씻어주고 싱그러움을 주는 산들바람처럼
은은하고 꾸준한, 힘들 때 힘이 되어 주는 아름다운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이젠 그런 사랑을 하렵니다...

맑은생각

 


연애 편지에 인용하여 쓰기도 했던 '사랑의 우화'라는 시입니다.
20대 젊은 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방식의 사랑이 50대가 되어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사랑의 동반자와 이런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정하 시인의 같은 제목의 다른 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과 바다의 이야기로 전부를 던졌지만 바다의 일부 밖에 안된다는 투정이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우화

이정하

바다로 흘러 들어가던 강은 곧 실망했습니다.
자신은 전부를 내던졌는데 막상 바다에 닿고 보니
극히 일부분밖에 채울 수가 없는 게 아닙니까.
그래도 강은 따스했습니다. 멀고 험한 길 달려온 뒤
고단한 몸 누일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의 전부인데, 왜 나는
너의 일부분밖에 안 되는지 따지는 사람은
바다를 보되 파도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 안에 편히 잠들어 있는 강물은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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